상단여백
HOME 칼럼/열린글밭 칼럼 김미희 에세이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 안산신문
  • 승인 2024.03.06 09:42
  • 댓글 0
김미희<소설가>

 날마다 수영장에서 만나는 지인은 자주 방송대 공부 이야기를 한다. 방송대 공부가 힘들다는 것은 익히 알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었다. 그가 영문과를 다니는지 국문과를 다니는지 모른다. 공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나이에 공부하고 있다는 자랑만은 충분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지만, 때를 놓치고 60대에 공부하는 일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직업을 가지고 생업에 매달리면서 하는 공부는 더 어렵다. 그 가상한 공부를 하는 지인에게 밥이라도 사주며 격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자격지심일까. 공부를 게을리하는 내 속내가 들키기 싫은 것인지도 모른다.
 서른이 된 딸은 지금도 독서실에서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한다. 밤새는 일은 나도 잘하지만 공부를 그렇게 지독하게 해 본 적은 없다. 딸에게 우리 부부는 걸핏하면 공부 좀 그만하라고 방해를 한다. 나도 어릴 때 부모님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었지, 그만하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꿈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딸이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지식만이 아닌 지혜도 공부로 가능하길 바랄 뿐이다.
 구순이 된 시아버지도 처음 살아볼 내일을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으신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시다. 휴대폰을 통해서 뉴스나 정보를 검색하고 병원 예약도 혼자 하신다. 자식들이 방문하면 휴대폰의 기능을 배우고 활용을 하신다. 엊그제는 눈 내린 시골집 뒤란에 산에서 내려온 새끼 멧돼지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촬영해서 자식들에게 보내주셨다. 자식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소통하기 위한 연륜은 감동이다.
 경륜은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통찰력을 말한다. 연륜은 여러 해 동안의 노력이나 경험으로 이룩된 숙련의 정도이다. 연륜과 경륜이 쌓여야만 진정한 지혜가 생기기 때문이다. 연륜은 여러 해 동안의 노력이나 경험으로 이룩된 숙련의 정도. 또는 그러한 노력이나 경험이 진행된 세월을 말한다. 그리고 경륜은 큰 포부를 가지고 어떤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하는 능력을 말한다.
 나는 올해 안산의 문인 단체의 대표를 맡게 되었다. 이것저것 참견하는 사람이 많다. 더 오래 살았다는 이유로 가르치려고 하는 분도 있다. 아직 미숙한 나는 더 많이 배우고 깨우쳐야 한다.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와줄 지혜로운 원로가 필요하다. 물론 노인이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자기 경험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짜 연륜을 갖춘 사람은 배려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어른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는 가정과 단체는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많은 조직에서 원로들이 소외당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혜나 경륜마저 늙는 것은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은 말 많고 참견 잘하는 어른을 꼰대라며 가까이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송(宋)나라 때 학자 정이(程&#38948;)는 인간의 불행 중의 하나는 “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 - 재주가 좋고 문장이 뛰어나면 그 재주와 능력을 믿고 안일함에 빠져 인생이 불행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재능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는 나는 더 겸손하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산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