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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안산신문
  • 승인 2024.03.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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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네카와 고타로/야시)

<또다른 세계를 창조한 작가의 기묘한 상상력>
 우리나라 서사에서 도깨비와 귀신이 빠질 수 없는 소재라면, 일본은 요괴를 빼놓지 않는다. 미지의 존재면서 어딘가에 진짜 있을 법한 요괴라는 환상을 통해 작가 쓰네카와 고타로는 현실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야시>는 제 12회 일본호러소설대상 수상작이다. 호러소설이라고 해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요괴와 기묘한 공간을 기존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야시>는 잔혹 동화면서도 장르 문학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일본 문학의 서정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참 오묘하다.
 <야시>에는 ‘바람의 도시’와 ‘야시(夜市)’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바람의 도시’에서는 한 아이가 ‘고도’라는 곳에 발을 들인 후 겪은 일을 그려내고 있다. 고도는 요괴들이 다니는 길이다. 그 곳은 아무나 들어가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나오지 못한다.

 그 길은 지금도 그 뒷골목에 아무한테도 알려지지 않은 채 은밀히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124쪽. 

 아직은 아이인 ‘나’는 친구 가즈키와 그 곳을 찾아간다. 둘은 물소수레를 끄는 ‘렌’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렌과 원한 관계로 얽혀있는 고모리까지 만나게 되고, 가즈키는 고모리에게 총을 맞아 죽는다. ‘나’는 가즈키를 살려서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서 렌과 비의 사원을 찾아간다. 그러면서 기구하고도 아픈 렌의 과거를 하나씩 알게 된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치뤄야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렌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두번 째 이야기인 ‘야시’는 요괴들이 온갖 신기한 물건을 파는 비밀스러운 시장이다. 그 곳에서는 뭐든 구할 수 있다는데 이즈미는 유지를 따라 야시에 간다. 유지와 이즈미는 야시에서 노신사를 만난다.

 “내가 자네들 세계하고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말이겠지. 괜찮아. 야시에서는 멀쩡히 유통되는 돈이라면 어느 세계의 화폐라도 문제없이 쓸 수 있다네.” 140쪽.

 유지는 이즈미를 데리고 야시를 찾아온 이유를 숨겼다. 유지는 어렸을 때 야시에서 야구를 잘하는 능력을 샀었는데 그 대가로 동생을 팔았던 것이다. 야시를 나가려면 꼭 무엇인가를 사야 한다. 유지는 동생이라는 존재가 사라진 세상(부모는 동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에서 죄책감과 괴로움으로 살아가다가 다시 야시에 온 것이다.  
 두 편의 중편 소설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라진 존재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한 사람의 이면을 만나게 되고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하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전체 분량은 222쪽으로, 책이 두껍지 않은데도 꽉찬 느낌이 든다. 아마도 상상의 여백을 많이 뒀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관이 특이하면 설명을 하다가 끝나는 소설들이 있기 마련인데, <야시>는 배경 소개와 이야기 진행이 교묘하게 잘 섞여있고 자연스러워서 감탄하게 된다. 결말에 가서는 헛헛한 여운이 가슴에 남는다. 작가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여기와는 다른 또다른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이 세계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김아름<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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