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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정치
  • 안산신문
  • 승인 2024.03.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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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너무나 오랜만에 남편과 해외여행을 갔다. 우리는 일들이 많을까 여겨 해외 로밍을 신청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톡, 문자, 전화는 오롯이 여행을 즐기기 어려웠다. 결혼식이 겹친 것은 부조하고 올 수 있었지만, 초상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여기저기 전화해서 처리해야 했다. 요즘은 국제전화 사기가 많다 보니 해외에서 전화하면 국제전화라고 받질 않았다.
 톡에다 사정을 설명하고 휴대폰으로 조의금을 보냈다. 휴양지에서 쉬려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마음이 산만하고 불안해진다. 또 해외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사기 전화도 걸려 왔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련 전화와 문자는 어찌나 많이 오는지 모두 스팸 처리해도 끝도 없이 왔다. 그러다 정말 받아야 할 전화는 못 받아서 오해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불편해서 쉬기도 쉽지 않았다. 인터넷 세상이 어디를 가든 가만 놔두질 않았다. 멀티를 하든가 문명을 멀리하든가 둘 중의 하나의 선택은 쉽지 않았다.
 여행에서 돌아오자 지인이 선거 홍보를 맡아달라고 연락을 했다. 끊임없이 연락하던 사람 중 한 분이다. 내가 단체장을 맡은 걸 알면서 그걸 이용하려고 하는 처사가 보였다. 나는 단체장을 맡고 있기에 어는 정당에 관여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렇게 할 능력도 안 되지만 다행이었다. 거절을 잘 못 하는 나는 명분을 찾지 못하고 들어 주는 경우가 많다. 단체장도 그렇게 해서 맡게 되었다.
 어느 날 맹자에게 제자 만장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이 향원 (사이비 군자)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 그가 어디를 가더라도 훌륭한 사람일 터인데, 공자께서는 그를 먹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지요.’라고 물었다.
 맹자는 ‘그를 비난하려고 하여도 비난할 것이 없고, 일반 풍속에 어긋남도 없다. 집에 있으면 성실한 척하고 세상에서는 청렴결백한 것 같아 모두 그를 따르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지만, 요(堯)와 순(舜)과 같은 도(道)에 함께 들어갈 수 없으므로 먹을 해치는 사람’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나는 사이비 한 것을 미워한다’라고 하셨다.
 이렇게 사이비는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겉과 속이 다른 것을 의미하며 선량해 보이지만 실은 질이 좋지 못한 것을 말한다. 공자가 사이비를 미워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공자는 인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처세술에 능한 사이비를 덕을 해치는 사람으로 보았기 때문에 미워한 것이다.
 원리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사이비가 활개를 치는 법이다. 그들은 대부분 올바른 길을 걷지 않고 시류에 일시적으로 영합하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말로 사람을 어지럽히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이다. 사이비 似而非 한 세상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공부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과연 사이비하지 않은 세상의 길을 알려 주는 정치가가 존재할까.
 선거에 도전하는 많은 정치인이 모두 선거에 승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정치 공약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되지도 않을 것을 바라는 나도 사이비 한 사람인가? 내가 맡은 단체나 무탈하게 이끌어 나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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