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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 안산신문
  • 승인 2024.03.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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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문학 동네

 연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맛있는 음식 재료 인기만큼이나 모천회귀의 특성으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회자 되는 물고기이다. 하지만 작가는 ‘나는 연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지식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라는 말로 연어에 관한 관심을 접으려 했다. 그때, 그는 힘차게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무리의 장엄한 행진이 담긴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작가는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알기 쉽게 말하면, 연어 무리를 마음의 눈으로 보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쓴 것이다. 
 은빛 연어는 은빛 비늘로 덮여 있어서 사냥감의 표적이 되기 쉬운 별종 연어이다. 무리의 대장인 턱큰연어는 은빛 연어를 보호하기 위해 대열의 한복판에서 헤엄칠 것을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은빛 연어는 앞에도, 뒤에도,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위에도, 아래에도 온통 연어들로 둘러싸였다. 그것은 은빛연어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아닌 캄캄한 어둠 그 자체였다. 은빛연어는 말한다. “나는 보호받으면서 따돌림당하는 것보다는, 보호받지 않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자유를 갈망하는 은빛 연어에게 초록강이 말을 건넨다. “은빛 연어야, 너는 너 혼자 힘으로 강을 거슬러 오른다고 생각해서는 안 돼. 혼자라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연어 무리는 특히 그렇지. 연어가 아름다운 것은 떼를 지어 거슬러 오를 줄 알기 때문이야.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은빛 비늘 때문에 따돌림당할 때마다 은빛연어는 동무들에게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음을 들여다볼 줄 모르는 동무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도 다른 연어들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었는지 부끄러워진다. 은빛 연어는 ‘배경’이라는 말이 항상 귀에 거슬렸다. 언젠가 “나의 배경은 턱큰연어야.” 라면서 거들먹거리던 연어들이 생각났기 때문에 그는 배경이란 늘 무섭고 어두운 그것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는 것처럼 연어 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었다는 세상의 진리를 연어 무리와 함께 힘겹게 폭포를 뛰어넘으며 이해하게 된다. 
 연어 무리와 달리 우리 사회는 어떤 꿈과 희망을 품고 온갖 고난을 헤쳐오고 있을까? 과거 먹을 것이 부족하고, 자연재해에 무력하며, 각종 질병까지 창궐해 정복 전쟁이 빈번했던 시절,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사회를 이루었다. 힘겨운 과정을 지나 하나가 된 사회는 온통 갈등과 분열만 있고 타협과 양보가 없다. 자신들의 배경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국론을 갈라치기를 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서 작가가 연어 무리가 하나가 되어 힘차게 강을 거슬러 오르는 장엄함에 매료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연어는 강물과 땅을 두 개로 나누어 생각했다. 강물 속에 연어가 살고 땅 위에는 연어의 적인 곰과 물수리, 낚시꾼이 산다고. 하지만 연어는 시냇물의 밑바닥이 서로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을 안다. 땅은 물을 떠받쳐주고, 물은 땅을 적셔주면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알고 서로를 맞잡고 있는 착한 사람들 덕분에 이 사회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 어둠을 핑계로 서로를 헐뜯고 헬조선이라 조롱하는 못된 사람들만 연일 목소리를 높인다. 각종 사회 갈등에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잇단 묻지마 범죄와 생계형 범죄에 이웃 간의 거리가 멀어져 버렸다. 이제는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도 분명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멋지고 행복한 자유의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한 명 한 명의 노력으로 바뀌어 갈 뿐이다.

이순옥<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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