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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 안산신문
  • 승인 2024.03.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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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어린 시절 학교 책상에 선을 그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옆에 앉았던 여자아이가 책상에 선을 긋고서 “넘어오지 마. 넘어오면 나 내 거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저로서는 그 친구가 매우 야박하게 느껴졌습니다. 내 것만을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이 좋지 않게 보였던 것이죠. 어쩌면 이렇게 작은 것에서 선을 긋는 습관으로부터 여러 가지 갈등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지금도 많은 분이 선을 긋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예컨대 누군가가 선을 긋는다고 하면, 많은 분이 그 사람을 ‘내 것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진짜로 선 긋기가 잘못된 것일까요? 주변을 잘 살펴보면, 경계가 그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님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도로에 중앙선이 없다면,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논둑이 없다면 이웃 간에 논을 두고 옥신각신 충돌하는 일이 많을 것입니다. 문이 없다면 개인, 부부, 가족 간의 안락함이 무너질 것입니다. 문이 없다면 집에 들어가도 나만의 공간이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여러 경계 덕분에, 많은 분이 그 안에서 안정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경계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많은 분이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호소합니다. 상대방은 선의이지만 우리가 원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친할수록 경계가 무너져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경계를 잘 유지하며 평안한 하루를 지낼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 인간관계에 대한 훈련을 합니다. 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바운더리송(boundaries song)’을 배웁니다. 바운더리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만해, 그렇게 행동하면 나는 불편해, 네가 싫은 건 아니야, 존중해 줘.” 건강한 관계를 위해 나와 친구 사이의 선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가르쳐 줍니다. 아이들이 자신과 친구의 감정의 경계, 신체의 경계를 인식하고 상호배려 하도록 관계 훈련을 하는 것이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어야 앞으로 친구나 선생님 사이에서 겪게 될 여러 문제에서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잘 지켜 나가기 위해 건강한 소통법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영국 국립심리치료사인 안젤라씨가 모 유명프로그램에 나와서 바운더리를 지키며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녀는 건강한 소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상대방이 불쾌하게 했을 때,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기억하고 단순하고 정확하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죠. 화가 나는 건 내 감정이기 때문에 화난다고 상대방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표출하는 행동이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나 중심의 진실 되고 숙련된 의사전달에서 우리는 경계와 경계사이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세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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