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학교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정당한 질서와 규율마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널리 유포된 ‘지하철 막말녀’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문화시민의 기본적인 양식(良識)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정작 기본적인 질서와 양식이 무너지는 진앙지는 바로 국가기관들로 보입니다. 이것이 소위 정권말기 현상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충분히 조율이 되어야 할 국가기관들끼리도 대립 및 갈등현상까지 보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법부와 입법부는 제외하고라도, 행정부는 원칙적으로 그 수반인 대통령 이하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최근 불거진 사건 중에 하나가 바로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이하 복권위)’와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갈등입니다. 현재 복권판매량이 올해 복권발행 허용한도(2조8,046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사감위가 연말 복권판매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복권위는 판매점들의 생계문제를 들먹이며 복권발행 한도를 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복권사업을 사행산업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반면에 사감위는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최근의 한 예일 뿐,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충분히 조정 가능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행정부 내의 크고 작은 갈등양상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문제입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기관들끼리 의견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있더라도, 언론을 통해 특정 사안이 노출될 때에는 ‘조율된 일관적인 입장’이 제시되어야 정상 아니겠습니까? 한 행정부의 산하기관들끼리 서로 조율이 안 된 채, 힘겨루기만 하는 모양새는해당 부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다가 마주친 차들처럼, 서로 자신들의 권위와 자존심을 내세우며 기싸움을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키우는 일입니다.

만일 부처간 갈등과 의견차이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장관들을 비롯한 각 부처장들은 업무능력이 없거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국가기관들이서로간의 내부적인 갈등과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가의 기강과 질서는 무너지고 민심은 돌아서게 됩니다.

물론 각 부처의 기강과 질서를 잡고,부처간의 차이를 조율한다는 것은 ‘강압적인 권위주의’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이것은 각 부처의 장들이 서로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의 지시사항들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 4대강 사업 중에 설치한 16개의 보들 중 9곳에서 누수현상이 공식확인 되었습니다. 낙동강 지역의 경우, 모든 보들에서 누수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말이 많았던 이 대형공사를 그렇게 밀어붙였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기관들이 철저하게 관리감독했어야 하지만 일단 문제는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누수수준이전반적으로경미해구조적안전에는문제가없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누수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관계자들마다 서로 말이 다르고, 기껏 내놓은 보완책이 콘크리트 접착용 에폭시를 주입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절기가 지나면 더욱 많은 균열이 생겨 이런 식의 땜질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하여 안이하게 대처할 시 대형사고가 터질 수도 있음도 경고하였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지난 3월의 일본대지진 당시 그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일본정부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저뿐일까요? 이런 현상이 바로 정부 스스로가 권위를 깍아내리고, 자체의 기강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다못해 해당 공무원들은 이런 식의 해결을 충분히 이해하겠습니까?

총선과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연일 온갖 선심성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기관들마저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자체의 기강과 질서를 무너뜨리면 안 됩니다. 특히 공무원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골격을 지탱해야 할 국가의 근간임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sangeunyoon@gmail.com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